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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nd

punishment

 
 여긴 제 성역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워야 할 세상, 깨끗할 세상, 과거에도 그랬어야 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래야하는 세상입니다. 모두의 성역,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어째서….
 지상의 빛과 지하의 때 서린 어둠이 교차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지 그녀는 선택해야했다. 모든 것을, 고통과 증오와 폐악을 끌어안고 평등하게 사랑하라. 그녀는 그 가르침을 믿었다. 하지만 이론으로 상상하는 장면과 현실에서 마주하는 장면에는 천국과 지옥만큼이나 차이가 존재했다. 이제는 귀가 멀었다. 그녀가 사랑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민중의 목소리보다 가까운 곳에 신의 목소리가 자리잡았다. 목표는 오로지 절대자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검 모서리가 닿는 곳은 악, 그녀가 지나간 곳은 선이 되었다. 근본적인 선의만큼은 변하지 않았음에도 이제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무기에 모든 윤리의 존망이 걸리게 되었다.

 '우리는누구든지해하지 않고는 다음 길로 갈 수는 없는가?'

 죽이는 사람을 죽이는 것, 폭력을 쓰는 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 폭력을 쓰는 자를 죽이는 것, 죽이는 자를 칭송하는 것, 벌의 무게, 그것을 재는 저울, 그것을 들고 있는 것이 신이라면, 신의 목소리에 따르겠습니다.

 계시를 받은 검이 검은 것은 묻은 피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도록, 저만 알고 있다면 족할 일입니다. 수백 수천명의 생명을 등에 이고서 절대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오늘도 피바다는 만조도 간조도 없이 고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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