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중 밤이 깊었지만 잠들 수 없었다. 노곤함 속에 몸을 파묻은 채 가늘게 뜬 눈 틈으로 붉은 안광을 내비치는 자와 책을 덮은 채로 잠을 미루어둔 자가 있었다. 다람쥐굴같은 어둠 속에서 흐르는 침묵은 마치 몇세기 전의 그것과 같았다. 겪어본 적은 없지만 그럴 것이라고 추측할 수는 있었다. 이대로 잠들고 싶지 않다. 나는 이 밤 내내 당신과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비록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당신이 유일하니까. 이해한 양 너스레를 떠는 사람들과 당신은 무척이나 다름을 지금 이 밤, 나는 상기시켜주고 싶다. 본심은 보통 밤이 되어야 찾아온다는 사실은 이미 통설이 되어있었다. 낮 내내 몇겹이고 쓰고 있었던 페르소나를 전부 내려놓고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 편안함과 불안감이 동시에.. 더보기 이전 1 ··· 51 52 53 5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