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비극으로 끝을 맺은 신파극을 너는 기억하지 못한다. 여름날 피어나는 꽃처럼 열렬했던 우리의 사랑을. 기억하는 것은 오직 나 뿐이며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것 역시 나 뿐이다. 너의 감정은 나를 막고 밀어낸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미워하도록 될 수가 없다. 절대로 원망하지 않는다. 나의 마음이 시공을 초월해 비현실적으로 계속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며 동경을 너에게 보낸다. 두번 다시는 맞붙을 수 없는 연심이기에 나의 발악은 마치 사랑처럼 빛나고, 독주처럼 공명한다. 태어나 너만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를 이 삶 동안 바친다.
2
눈을 감은 관 속의 두 뺨이 나의 두 손 보다도 따뜻한 듯 하였다. 죽음이라는 과정을 거친 그대 몸은 질투가 일 정도로 너무나도 편안한 안식을 누리고 있었다. 잃은 뒤에야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말은 허무하고 진부하지만 결국 가슴을 뚫고 지나간다. 백 년 가까운 삶을 겪은 뒤 진정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게 된다면 이별을 슬퍼하고 두려워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우리는 감히 그 세계를 꿈꿀 용기조차 없어 눈물을 흘린다. 유월 잔디와 나무와 하늘은 모두 푸르고, 만물의 일상은 무엇하나 변한 것 없다. 그대와 함께 떠나고 싶었다. 세상과의 분리를 기뻐하며 해방감을 공유하길 바랬다. 나에게 바쳐질 꽃다발을 꺾으며…. 그대의 즐거운 변덕스러움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다.
3
당신이 떠나기 위해 여행한다면 나는 돌아가기 위해 길을 걷는다. 부어오른 발을 부여잡고 몇 번을 주저앉으며 후회하는 탄식을 내뱉는다. 광활한 모래 사막, 아득한 곳 너머로 지는 석양, 메마른 땅, 희노애락의 모든 광경을 보아왔다. 온갖 생명들의 삶을 보며 나는 무엇을 얻었는가. 태어나는 아이의 예정된 고난길과 져가는 꽃의 허무함을 통해 나의 삶이 아직 겪어야 할 고난과 가까워져만 가는 허무함을 알게 되었다. 나날이 불어나는 외로움은 이 몸을 더욱 춥고 고단하게 만들었고,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영혼을 더욱 늙도록 만들었다. 당장 길을 떠나 종일 걷는대도 내가 원하는 곳은 환영으로조차 티끌만치도 보이지 않는다. 땀과 때와 눈물을 간절함으로 바꾸어 나는 귀로를 계속 나아간다.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당신에게는 기쁨을 안은 벗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underworld'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 2016.08.21 |
---|---|
my (0) | 2015.03.07 |
映像 (0) | 2015.01.21 |
컨템 (0) | 2014.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