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의 시선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므로 네게 나의 시선을 심어주기로 결심했고 그러기위해서는 억압과 손상이 수반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몸이 고통스러움으로 갈라지는 느낌에 젖어도 정신이 기쁨으로 충만하다면 괴로움은 쾌감으로 변하겠지, 그렇듯이 신체를 압도할 의식을 선물해줄 수 있는 것은 나 말고는 없다는 사실을 본격적으로 가르쳐주어야 했다. 그래서 바닥을 기듯이 구르고 말라붙은 피딱지 사이에서도 다시 피가 흘러도 거부를 말하지 않는 너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바닥에 묻은 핏자국이 너의 도주로를 그리고 있지만 두 척도 제대로 기지 못하는 도망은 꼭 손등에 얻어맞아 떨어진 파리를 보는 것 같이 묘한 혐오감과 쾌감을 선사해주었다. 하지만 너는 그와는 달리 사랑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짓누르고 터트린 뒤로 갖다버리는 일은 없을 터이다. 이렇게 말하면 안심이 될까? 모든 감상이 한 치 겉치레도 없는 진심임을 너는 깨달을 수 있을까?
언어로 표현하는 모독이 효력을 잃을 때 즈음 날붙이를 들고 다가가면 네 눈빛은 도로 흔들림을 보여주었다. 이제 이 정도 자극이 아니고서야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닐까? 대답은 한 마디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공간에는 오로지 의문과 질문과 호소만 존재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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